하이쿠 창작과 비평 공간 : 쿠카이(句会) = 공동체 문학(座の文学)
우리의 시조문학과 달리 하이쿠를 창작하는 문학공간은 쿠카이(句会)라고 한다. 하이쿠 이전 하이카이(俳諧)시대는 렌쿠(連句)가 중심이었으나, 요사부손(与謝蕪村)에 이르러「홋쿠카이(発句会)」로 이행하게 되었고,「슈기한(衆議判)」형식을 취한 「고센(互選)」형식도 탄생했다. 여기서「슈기한(衆議判)」은 우타아와세(歌合)・렌가아와세(連歌合)・쿠아와세(句合)에서 좌우의 경합에 나선 시인들(連衆) 전원의 의견으로 작품의 우열을 판정하는 일종의 집단 평가를 말한다.
매월 정기적인 작품 발표의 장「쓰키나미구아와세(月次句合)」의 「開巻日)」에 행해진 집단평가 즉「운자(運座)」는 해당 쿠아와세(句合)를 관장하는 스승(宗匠)의 채점방식(即点方式)이었으나,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어 이것을 독립적인「고센(互選)」형식으로 개선한 것은 이토 쇼우(伊藤松宇)가 이끄는 하이쿠 결사「시이노토모사(椎の友社)」였다.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는 1892년(明治25) 시이노토모사의 초대를 받고 쿠카이(句会) 작법의 전모를 파악하게 되었다. 이후 오늘날까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하이쿠 작법은 각자가 자작한 하이쿠를 1구씩 무기명으로 소단책(小短冊)에 기입 후 제출한다. 전원이 제출하면 이를 섞은 후 다시 각자 나누어 깨끗이 다시 쓴 후(清書), 번호를 붙여 돌려 읽는다. 각자는 정해진 수만큼 하이쿠를 선택한다. 선택이 끝나면 궁금한 하이쿠와 공감을 한 하이쿠 등에 관하여 서로 자유롭게 평가를 한다. 그 후 선택한 결과를 낭독을 맡은 사람(披講師)가 읽게 되며, 읽은 작품의 작가는 이름을 밝힘으로서 비로소 하이쿠의 작자명을 알게 된다. 쿠카이(句会)에 참가한 사람은 창작과 감상, 비평을 통해서 연대감을 강화하고 그 문학공간(句座)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즐긴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교양을 쌓는 인격형성의 공간도 형성된다.
한국하이쿠연맹 사무총장
문학박사 안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