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카이는 규칙에 얽매이던 렌가(連歌)에 대한 숨구멍의 역할을 수행한 일면도 가지고 있었다.
17세기 에도시대(江戸時代)에 이르러 마쓰오 바쇼(松尾芭蕉)는 언어유희의 나락에 빠진 하이카이(俳諧)를 인생을 표현하는 예술로의 격상에 공헌했다. 이른바 「바쇼 스타일 하이카이(俳諧)」를 개척한 것이다. 그러나 바쇼 이후 그의 하이쿠 정신(蕉風)은 쇠퇴해 갔으나, 에도 시대 중기에 요사 부손(与謝蕪村)이 큰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카이(俳諧)는 재차「月次宗匠」에 의한 타락한 하이카이가 판을 치고 말았다. 여기서「月次」라는 용어는 원래 매월 반복되는 정기적인 일이나 사건을 말하는 것이었으나,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를 중심으로 한 신파의 하이쿠 시인들이 구파의 하이쿠를 가리켜「쓰키나미(月並)」라는 말로 야유와 비판의 장치로 삼았다. 속되고 진부하며 혐오 등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한국하이쿠연맹 사무총장
문학박사 안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