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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는 세계에서 가장 짧고도 넓은 시 형식 가운데 하나이다. 5-7-5의 짧은 정형, 계절을 불러오는 말, 순간을 붙잡는 절제된 표현은 하이쿠를 일본문학의 대표 장르로 만들었고, 오늘날에는 세계 여러 언어 속에서 창작되는 세계문학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게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짧음과 절제 때문에 하이쿠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을 안고 있다. 너무 짧은 형식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깊은 세계를 담아낼 수 있는가. 계절을 말하지만 그 계절은 누구의 계절인가. 순간을 포착하지만 그 순간은 어느 장소와 어떤 삶의 기억 속에서 발생하는가. 한국하이쿠가 열어가야 할 길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한국하이쿠는 일본 하이쿠를 단순히 따라가는 형식이 아니라, 하이쿠가 지닌 압축성과 순간성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
하이쿠는 이미 일본문학의 경계를 넘어 세계문학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한국하이쿠는 일본 하이쿠의 단순한 모방이나 번안이 아니라, 한국어의 리듬과 한국의 계절, 장소, 생활 감각을 담아내는 독자적 문학 장르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하이쿠는 계절말, 울터말, 곁말, 덧짓기라는 네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장르적 체계를 세울 수 있다. 계절말은 시간축, 울터말은 장소축, 곁말은 장면축, 덧짓기는 기억과 전승의 축을 이룬다. 이 네 요소가 균형 있게 작동할 때, 한국하이쿠는 짧은 정형 속에 한국의 자연, 생활, 언어, 문화적 기억을 담아내는 독창적인 세계문학의 한 장르가 될 수 있다.
한국하이쿠에서 두 대상이 동시에 중심에 놓이면 독자의 시선은 쉽게 분산된다. 중요한 것은 사물을 많이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과 배경을 분명히 하여 하나의 장면을 선명하게 남기는 일이다.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장면을 보여줄 때, 한국하이쿠의 여백은 더 깊어진다.
한국하이쿠는 거창한 깨달음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한 순간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한 순간이 쌓여 삶의 결이 달라진다. 마음 챙김이 삶을 바꾸는 방식이 그러하듯, 하이쿠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의 감각을 재조정한다. 오늘의 한국하이쿠는 시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수행이며, 언어로 된 작은 좌선(坐禪)이라 할 수 있다. 하이쿠를 쓰는 일도, 읽는 일도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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