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을 끓이다 보면
문득 손이 멈출 때가 있습니다.
간이 세어
소금을 조금 덜어내면서도
이상하게 깊어지는 맛 앞에서입니다.
덜어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얼린 동태를 넣고
국물을 끓이다 보면
부엌 안에 바다가 들어온 듯합니다.
김이 오르고
숟가락을 넣어 한 번 저을 때마다
보이지 않던 시간들이
조용히 풀려 나옵니다.
지나온 날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
그저 삼키고 넘어갔던 순간들.
우리는 때로
덜어내며 살아가려 합니다.
조금 덜어내면
가벼워질 것 같아서.
조금 비워내면
덜 아플 것 같아서.
하지만 이상하게도
덜어낼수록 더 깊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맛처럼,
기억처럼,
마음처럼.
국을 한 숟갈 뜹니다.
뜨겁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익숙합니다.
그 깊이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얼린 동태탕
소금은 덜었는데
바다는 깊어
_ 여주 무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