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하이쿠연맹 Korea Haiku Federation
하이쿠 칼럼 하이쿠 산문

바다는 덜어낼 수 있는가

덜어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하이쿠 산문 필자 오인우 2026.08.19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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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끓이다 보면

문득 손이 멈출 때가 있습니다.


간이 세어

소금을 조금 덜어내면서도

이상하게 깊어지는 맛 앞에서입니다.


덜어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얼린 동태를 넣고

국물을 끓이다 보면

부엌 안에 바다가 들어온 듯합니다.


김이 오르고

숟가락을 넣어 한 번 저을 때마다

보이지 않던 시간들이

조용히 풀려 나옵니다.


지나온 날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

그저 삼키고 넘어갔던 순간들.


우리는 때로

덜어내며 살아가려 합니다.


조금 덜어내면

가벼워질 것 같아서.


조금 비워내면

덜 아플 것 같아서.


하지만 이상하게도

덜어낼수록 더 깊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맛처럼,

기억처럼,

마음처럼.


국을 한 숟갈 뜹니다.


뜨겁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익숙합니다.


그 깊이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얼린 동태탕

소금은 덜었는데

바다는 깊어


_ 여주 무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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