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1 07:04

식(食)문화와 하이쿠

조회 수 108 추천 수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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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

()문화와 하이쿠



 칼럼3.jpg




   지난 1960년대 이후 특정한 사건 중심 역사에서 문화중심 역사에 주목한 프랑스의 아날학파(École des Annales)가 역사연구에서 처음으로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비자발적 굶주림의 시대를 수 차례에 걸친 혁명을 통해 음식은 가공 전후의 결과물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먹는 행위를 설명하는 문화적 의미까지 표상하는 기호체계이다. 먹는 행위는 미각․시각․청각․후각․촉각의 오감을 동원하는 이른바 종합적인 예술 행위의 영역에서 다루기도 한다.


   식문화는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다양한 풍토에서 적응에 성공한 인간이 형성시킨 문화의 원형을 대변하고 있는 만큼, 타자에 대한 이해하는 상징이자 코드이다. ‘근대라고 하는 사유는 자의든 타의든 식문화 역시 좁아빠진 서구 중심적 식문화가 지배 담론으로 작동되어 온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풍토에 따라 엄격히 따지자면 음식의 경로는 다양하게 전개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식문화가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생존을 위해 허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 표상으로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 세계의 음식문화는 점점 동질화 혹은 혼성화를 겪고 있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예컨대 우리가 흔히 식당을 말하는 프랑스어 레스토랑(Restaurant)18세기 후반 즉 1765년 파리의 한 선술집 주인 무슈 불랑제(Monsieur Boulanger)라는 사람이 이탈리아어 인간 회복(restaurare)’을 따와 처음으로 개업했다. 유사한 알파벳을 사용하지만 레스타우라레에는 식당이라는 의미는 전혀 없으며 함께 식탁을 공유함으로써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가정과 동료 간의 공유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뜻이다.


   하이쿠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흥미롭게도 네덜란드를 경유한 일본 도자기의 소개는 유럽에 자포니즘(japonisme)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세기 중반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 이후 도자기와 함께 들어간 우키요에(浮世絵)가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등 서구 인상주의 화가에게 직접적인 자극을 준 것과 마찬가지로 하이쿠는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와 같은 이미지스트((Les Imagistes))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한국하이쿠는 우리의 풍토와 계절성을 발현하는 음식을 통해 하이쿠를 생산할 수 있다. 한국하이쿠로 창작되는 다양한 계절적 소재는 세시기(歲時記)로 직결된다. 우리 음식에 나타난 문화코드를 발굴하고 한국하이쿠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섞음의 미학을 대변하는 비빔밥이 각 재료의 고유한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조화를 강조하듯이 한국하이쿠는 종래 전통적인 일본의 하이쿠를 로컬(local)이라고 한다면, 아시아와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소개된 각국의 하이쿠는 보편의 영역 즉 글로벌(global)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한글 미학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국하이쿠는 글로컬(glocal)로 연대되는 공생의 미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하이쿠연맹 사무처장

문학박사 김수성

  • profile
    하루 2025.01.02 08:53
    '공생의 미학'을 한국 하이쿠를 통해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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