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国ハイク連盟 Korea Haiku Federation
하이쿠 칼럼 자연

벌들아 고마워

봄꽃이 피면 사람은 먼저 색을 본다. 분홍, 흰빛, 연노랑, 연둣빛의 꽃잎을 보며 계절이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꽃 가까이에서 가장 먼저 일하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 작은 벌, 나비, 꽃등에, 딱정벌레 같은 곤충들이 꽃과 꽃 사이를 오가며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든...

자연 필자 김수성 2026.05.01 조회 25
벌들아 고마워
  봄꽃이 피면 사람은 먼저 색을 본다. 분홍, 흰빛, 연노랑, 연둣빛의 꽃잎을 보며 계절이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꽃 가까이에서 가장 먼저 일하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 작은 벌, 나비, 꽃등에, 딱정벌레 같은 곤충들이 꽃과 꽃 사이를 오가며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든다. 그 길 위에서 꽃가루가 옮겨지고, 열매의 시간이 조용히 시작된다.

   우리는 대개 열매를 볼 때 나무의 수고를 떠올린다. 뿌리, 줄기, 잎, 햇살, 비, 흙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작은 날갯짓이 있었다는 사실은 자주 잊는다. 벌 한 마리가 꽃 속으로 들어가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다시 다른 꽃으로 날아가는 동안 사과나무와 자두나무와 호박꽃은 다음 생명의 문을 연다. FAO는 벌과 나비, 새, 박쥐 등 수분 매개자가 꽃가루를 옮김으로써 식량 생산과 영양, 생물다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생각해 보면 열매는 나무 혼자 맺는 것이 아니다. 꽃은 피었으나 찾아오는 이가 없으면 열매의 길은 끊어진다. 작은 곤충들은 꽃에게 다가가고, 꽃은 꿀과 향기로 그들을 맞이한다. 이 짧은 만남이 씨앗을 만들고, 씨앗은 다시 계절을 이어간다. 미국 농무부는 세계 현화식물의 약 4분의 3과 세계 식량 작물의 약 35퍼센트가 동물 수분 매개자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 작고 부지런한 생명들의 도움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벌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두려움보다 먼저 감사가 있어야 한다. 벌은 꽃밭의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계절의 운반자이다. 작은 다리에 묻은 꽃가루는 먼지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다음 열매의 약속이다. 윙윙거리는 소리는 소란이 아니라 일하는 소리이다. 우리가 먹는 사과, 자두, 호박, 참외, 오이, 들꽃 뒤의 씨앗까지, 그 뒤편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곤충의 하루가 놓여 있다.

   물론 벌만이 전부는 아니다. 꽃등에, 나비, 나방, 딱정벌레, 파리류 같은 여러 곤충들도 꽃가루를 옮긴다. 미국 산림청도 벌뿐 아니라 개미, 박쥐, 새, 나비, 나방, 파리, 딱정벌레, 말벌 등 다양한 생물이 수분 매개자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자연은 한 종의 독주가 아니라 수많은 작은 존재들이 나누어 부르는 합창에 가깝다.

   “벌들아 사랑해”라는 말은 단순한 귀여운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배워야 할 예의이다. 꽃을 피운 나무에게만 고마워할 것이 아니라, 꽃과 꽃 사이를 잇는 작은 날개들에게도 고마워해야 한다. 우리가 열매를 한입 베어 물 때, 그 단맛 속에는 햇살과 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꽃 속을 헤집고 다닌 곤충의 몸짓도 들어 있다.

   하이쿠는 큰 설명보다 작은 장면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문학이다. 벌을 노래할 때도 거창한 생태 담론보다 한 송이 꽃에 앉은 벌의 다리, 꽃가루 묻은 배, 잠깐 흔들리는 꽃대 하나를 바라보면 충분하다.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생명은 크고 화려한 것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성실한 움직임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제 꽃밭에서 벌을 만나면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싶다. 무심코 손을 휘젓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수고를 지켜보고 싶다. 저 작은 날갯짓이 지나간 자리마다 꽃은 열매를 꿈꾸고, 나무는 씨앗을 준비하고, 여름은 천천히 익어 간다.


   벌들아, 고마워.
   너희가 지나간 뒤에
   세상은 조금 더 달콤해진다.


고마운 벌들
꽃가루 묻은 발 끝
열매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