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国ハイク連盟 Korea Haiku Federation
하이쿠 칼럼 자연

이명(耳鳴), 귀로 오는 계절

일상의 고단한 노동과 반복 속에서도, 문득 스며드는 안부와 기억, 그리고 귀로 감각되는 계절의 소리를 통해 삶의 고요한 행복을 발견하는 글이다. 하이쿠 한 편은 그 순간을 압축하며, 보이지 않는 감각으로 세계를 듣는 경험을 전한다.

자연 필자 오기석 2026.04.29 조회 10
이명(耳鳴), 귀로 오는 계절



현장에서 주는 도시락을 먹고

그늘진 가림막 아래 앉아 쉬다 보면

까맣게 잊고 지냈던 이들의 안부가

문득 마음가에 스며듭니다.


창문에 기대 바라본 여름의 열기는

먼지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한때 곱게 엮어 두었던 인연의 결은

어느새 바람에 흩어져

낙엽처럼 가벼워집니다.


그럼에도 하루의 무게는

한낮의 변함없는 빛 덕분에

조금은 가볍게 느껴집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시를 읽고, 밥을 먹습니다.

일터가 집 근처라

아침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참 다행한 일입니다.


늘 비슷한 하루 같지만

매일은 조금씩 다릅니다.

마주치는 일도, 마음의 결도 달라

저녁에 돌아와 밥을 먹고

잠에 스며드는 그 시간은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순간이 됩니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소리가 있습니다.


묻지 못했던 안부,

잊고 지낸 이름들,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귀를 스쳐 지나갑니다.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 앞에서

말이 길어지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안부,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요즘 어떠신가요.


푸른 숲 가장자리에 계시다면

풀벌레 소리가 창가로 밀려와

긴 울음과 짧은 울음이 겹쳐지며

계절을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책방이나 도서관 한 모퉁이에 들러

가방에 시집 한 권 넣고

훌쩍 떠나고 싶습니다.

비록 단 하루의 여정일지라도요.


눈 감은 아침

귀로 듣는 가을이

문득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