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떨어지는 감빛에 물들어가는
찻잔 사이의 커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발소리가
가을을 밟고 지나갔다.
찻잔 사이에는
금빛 낙엽들이 층층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계산대 앞 메뉴판을 오래 바라보다
상단에 적힌 낯선 커피 하나를 주문했다.
주인이 가져온 잔 속에는
금빛 낙엽 몇 장이
탑처럼 천천히 쌓여 있었다.
깊고 검은 향기였다.
잘못 밟으면
발전체가 가라앉을 것 같은 늦가을의 무게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오, 기대됩니다.”
나의 가벼운 농담에
젊은 주인은 웃으며
앞치마 속으로 두 손을 숨겼다.
늦은 가을에
그리워 불러본다
한 번 걸어서
지난 가을에 묻어두었던 산문 하나가
책갈피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