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하이쿠연맹 Korea Haiku Federation
하이쿠 칼럼 찻집

가을의 찻집

지난 가을에 묻어두었던 산문 하나를 다시 꺼내 앉아 봅니다.

찻집 필자 오인우 2026.05.11 조회 6


나는 당신이

떨어지는 감빛에 물들어가는

찻잔 사이의 커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발소리가

가을을 밟고 지나갔다.

찻잔 사이에는

금빛 낙엽들이 층층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계산대 앞 메뉴판을 오래 바라보다

상단에 적힌 낯선 커피 하나를 주문했다.

주인이 가져온 잔 속에는

금빛 낙엽 몇 장이

탑처럼 천천히 쌓여 있었다.

깊고 검은 향기였다.

잘못 밟으면

발전체가 가라앉을 것 같은 늦가을의 무게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오, 기대됩니다.”

나의 가벼운 농담에

젊은 주인은 웃으며

앞치마 속으로 두 손을 숨겼다.


늦은 가을에

그리워 불러본다

한 번 걸어서


지난 가을에 묻어두었던 산문 하나가

책갈피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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