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하이쿠연맹 Korea Haiku Federation
하이쿠 칼럼 논물 소리

산 너머 사람 하나

고향의 논길에서 사람의 뒷모습 하나를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논물 소리 필자 오인우 2026.05.10 조회 2

고향을 오랜만에 찾았다.

강둑을 걸어오는 친구는 점점 작아져, 풀꽃처럼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논두렁에는 새 풀이 돋고, 묵은 돌담 사이로 햇빛이 들었다.

바람이 스쳤고, 우리는 말없이 걷기도 하고, 오래된 기억을 꺼내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이

산 넘어 넘어가네

뻐꾸기 소리


순간, 어디선가 뻐꾸기가 울었다.

그 소리만 산 너머 오래 따라갔다.


친구는 천천히 걸어갔다.

굽은 어깨와 뒤틀린 손발이

마치 오래 바람 맞은 뒷산 소나무 같았다.


친구 얼굴 위로

뻐꾸기가 울고 있었다.


해가 기울 무렵,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막 심어놓은 논에서는 어린 벼들이 바람 따라 흔들리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논물 사이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등짝에 한숨

개구리 울음소리

사이사이에


논물 냄새 속에서

나는 오래 잠들어 있다가

잠시 깨어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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