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하이쿠연맹 Korean Haiku Fed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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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비평 · 김수성 · 게시: 2026년 1월 19일 · 작성: 2026년 1월 19일 17:41 · 수정: 2026년 2월 4일 11:46 ·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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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자 작가 「사계의 노래」 작품론— 계절말이 엮어내는 생활 감각의 연대기 한국하이쿠연맹 사무처장문학박사 김수성 김상자 작가의 작품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순환을 따라가되, 자연 풍경의 나열로 계절을 고정하지 않습니다. 입춘·우수 같은 절기, 단오·정월대보름 같은 세시 풍속, 라디오·에어컨·편의점 같은 근현대 생활 사물을 한 화면에 겹쳐 두면서, 계절이란 곧 살아낸 시간의 방식임을 드러냅니다. 전통 하이쿠에서 계절어(kigo)는 계절의 기운과 문화적 맥락을 압축해 불러오는 핵심 장치로 이해되는데, 김상자의 시는 이를 한국어 환경에서 생활의 언어로 재배치한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즉 ‘계절말’은 자연의 표지이면서 동시에, 한 시대를 살아온 감각의 기록이 됩니다.또한 하이쿠의 미학에서 중요한 ‘끊음’—일본어의 ‘끊는 말’(kireji)과 더불어,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를 잠깐 끊어 여백을 만드는 장치—은 한국어 3행 정형에서도 충분히 작동합니다. 김상자 작가의 작품은 이 전환을 대개 시작구에서 장면을 세우고, 가운데구에서 감각을 굳히며, 나오는구에서 의미를 틀어 생겨나게 합니다. 이때 나오는구는 결론이라기보다,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덧대어 읽게 만드는 ‘열린 문장’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상자의 3행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감각이 확장되는 통로가 됩니다.아래에서는 김상자 작가의 대표 12작품을 골라, 계절말(계절말의 문화적 축적), 이미지 전환, 시대적 징후를 중심으로 감상해 보겠습니다. (작품 인용은 모두 사용자가 제공한 원고에서 발췌) 1. 봄: ‘회복’은 꽃보다 먼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1)입춘이 왔네얼음 밑 물길 따라머무는 햇살 시작구는 ‘입춘’이라는 달력의 신호로 봄을 호출하지만, 가운데구는 그 봄을 표면이 아니라 “얼음 밑 물길”에서 확인하게 합니다. 여기서 봄은 눈앞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숨은 곳에서 이미 움직이는 것으로 제시됩니다. 입춘이 24절기에서 봄의 시작점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시는 ‘봄의 이름’과 ‘봄의 실제 움직임’을 겹쳐 놓는 셈입니다.나오는구의 “머무는 햇살”은 환희보다 더 미세한 상태—아직은 차가운 세계에 붙잡힌 빛—를 보여주며, 김상자의 봄이 선언이 아니라 ‘진행 중인 작업’이라는 인상을 더 강하게 나타냅니다. 더 나아가 ‘머무는’이라는 말은 봄이 성급히 달려오지 않고, 물길을 따라 천천히 자리 잡는다는 시간감각까지 불러옵니다. 2)산벚 피어나물안개 붓 끝으로그리는 새벽 시작구의 산벚은 봄의 대표 이미지지만, 가운데구에서 주체는 시인이 아니라 “물안개”로 넘어갑니다. ‘풍경이 스스로를 그린다’는 전환은 관찰자의 개입을 줄이고, 장면을 스케치하듯 포착하려는 태도와 맞닿습니다. 이른바 ‘사생(寫生: 있는 그대로의 삶을 스케치하듯 짓기)’ 계열의 관찰 미학과도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나오는구의 “새벽”은 꽃의 화려함 대신 공기의 질감(습기·흐림·부드러움)을 남겨, 봄의 감각을 ‘색채’가 아니라 ‘기류’로 기억하게 만듭니다. 특히 산벚의 분홍빛이 아니라, 그 빛이 떠오르는 배경인 새벽의 흰 숨이 먼저 남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봄의 “분위기”를 잡아내는 데 능합니다. 3)라일락 향기들려오는 라디오그 시절처럼 시작구의 라일락은 계절말모음에서 익숙한 봄의 기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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